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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이야기
단상 | 11/02/25 01:30
오늘은 운동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당연히 내가 항상 학교 포스코 체육관에 가서 하는 헬스 이야기다.

어디서 하나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학교 포스코 체육관에서 한다. 진짜 특이하게 생긴 건물인데 건물은 김밥이 조금 눌린 듯한 모양을 하고 있고 건물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다. 그래서 낮에는 조명이 필요없고 블라인드로 조절을 하는데 밤엔 번쩍번쩍 김밥이 빛나는 모습을 원룸 옥상에서 볼 수도 있다. 올 겨울엔 눈이 참 많이 왔는데 저기 위에 쌓인 유리가 깨지지 않나 걱정이 될 때도 있었지만 엄청 튼튼한가보다.

얼마나 했나
회사 다닐 땐 2009년 7월인가부터 했고 포스코는 작년에 복학하고 개강한 날부터 등록을 해서 다니고 있었다. 3개월 등록을 두 번 하다가 작년 추석 전에 반액 할인을 하길래 그냥 1년을 끊어버렸음. 39만 1천원에 12개월이면 엄청 싼 편이니까. 커뮤니티 소모임 보고 게시판에 매일 운동 기록을 쓰는데, 이 페이스면 본전은 뽑고도 충분히 남을 기세긴 하다.

보통 한 번 가면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주로 스트레칭)을 제외하고 30분~1시간 정도 한다. 좀 여유있게 종목과 세트 중간에 충분히 쉬어야 제대로 되는 느낌을 받는데 역시 이렇게 돈과 시간을 들여서 운동하는 거 자체가 엄청난 여유가 있지 않고서는 절대로 못할 일이다...

무슨 운동 하나
중량은 쥐뿔도 못 드는 이쑤시개이나 프리 웨이트를 고집하고 있다. 최근 프로그램은 아래와 같다.
1. 벤치 프레스 + 밀리터리 프레스(혹은 덤벨 오버헤드 프레스) + 덤벨 사이드 레터럴 레이즈
2. 랫 풀 다운 + 데드 리프트 + 바벨 컬
3. 스쿼트 + a ...

크런치나 레그 레이즈같은 복부 운동은 시간이 여유 있을 때마다 항상 하는 편이고 스쿼트를 한 날에는 이래저래 다른 걸 시도해 보곤 한다. 워낙에 힘든 운동이기 때문에 진이 빠지기 일쑤기도 하고... 요즘은 팔뚝을 굵게 하고 싶어서 -_- 바벨 컬 등의 이두박근 쪽 자극 운동을 매일 할까 생각하고 있었고, 얼마 전부터 실행 중이다.

애로 사항
당연하지만 힘들다. 세트나 종목을 끝낼 때의 성취감도 있고 운동 후의 살짝 나른한 사치스런 피로감이 뿌듯할 때도 있는데 기본적으로 존나 힘들다... 뛰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의 유산소 운동은 본래 땀이 쉽게 잘 나는 운동인데 칼로리를 '긴 시간 동안' 소모할 수 있는 저강도의 운동이기 때문이다. 스쿼트나 데드리프트 같은 건 한 세트가 아무리 길어봤자 주로 1분을 넘지 않고 많이 해 봐야 하루에 다섯 세트 정도 할 수 있다. 한 동작의 개수로만 따지면 50~70회 정도고. 근데 이거 해도 땀이 나서 등짝이 축축하게 젖는다.

그리고 운동이 제대로 되면 짧게는 하루, 길게는 사흘씩 근육통이 찾아오는데 근육통도 근육통이지만 운동 직후에 주로 하는 고생이 있다. 그것은 바로
1. 스쿼트를 하면 계단 난간을 안 잡으면 못 걸어내려온다. 잡아도 어기적 어기적... 무슨 꼭 다친 사람이 내려가는 것 같아서 민망할 때가 있다. 물론 어기적거림이 심할 수록 '아 오늘 운동 제대로 먹혔구나' 싶어 뿌듯하긴 하지만.
2. 밀리터리 프레스 빡세게 한 날은 티셔츠 입는답시고 팔을 올리다 좌절. 팔이 머리 위로 안 올라간다. 더 괴로운 건 머리 감을 때. 억지로 샴푸질을 하는데 어깨가 없어진 것 같은 착각이 자주 든다...
3. 벤치 프레스를 한 날은 샤워실 문을 밀 수가 없다! 등으로 기대고 체중을 실어서 밀고 들어간다 -_- ;
4. 당기기 운동(주로 등짝 강화)을 심하게 한 날은 잠자리가 괴롭다. 누우면 온 등이 쑤신다. 끄르르르
5. 복근 운동을 제대로 했는가? 다음 날 윗몸일으키기로 잠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다면 OK. 주로 몸을 뒤집어서 일어나곤 하는데 전날 벤치 프레스를 같이 했다면 그야말로 절망적이다.

이와같은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더 괴로운 점은 외관상 변화가 별로 없다는 거다. '슬림 간지'라든지 '패션 근육'같은 말도 있긴 한데 그건 나랑은 별로 상관이 없는 것 같고 난 그냥 비루한 전봇대일 뿐이라 벌크업을 바라지만 역시 그건 먹는 게 중요하다 싶다. 그래서,

먹는 이야기
요즘엔 존나 먹고 있다. 문자 그대로 존나 처먹고 있는 것이다. 밥 두 공기에 메인 반찬 리필은 기본. 요즘은 학관에서 밥 퍼주시는 아주머니께서 날 알아보시는지 특별히 밥을 더 주시는데, 보통 밥 공기에 밥을 더 주면 꾹꾹 눌러서 산처럼 올라오게 만들어준다. 근데 이 올라온 산의 모양이 이제 거의 밥 한 공기 수준... 메인 반찬 리필도 한 번 가서 좀 더 달라고 부탁해서 더 먹고 맛있으면 또 먹는다. 며칠 전 동원관에서는 크림소스 파스타가 나왔는데 리필을 두 번 해 먹었다. 그것만으로 족히 1500kcal는 될 것 같다... 딴 반찬 다 합하면 2000kcal?

보통 먹고 집에 가거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거나 하는데 걸으면 배가 아파온다. 먹고 달리면 배가 아픈 경험은 누구나 해 보았을텐데, 이 정도로 처먹으면 걷기만 해도 배가 아프다는 걸 깨달았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 소화가 본격적으로 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미칠듯이 졸리다. 몸이 소화만 시키겠다고 작정을 하고 소화 모드로 들어간 걸 깨닫고 엎어져서 잔 적도 엄청 많다. 존나 처먹고 인체의 신비를 깨닫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처먹고 집에 와서 또 먹는다. 왕약국 앞 붕어빵 아주머니랑은 완전 안면을 터서 오뎅에 얼큰오뎅 떡볶이... 거기 있는 메뉴를 붕어빵 만드는 동안에 다 먹어봤다. 이제 종목을 계란빵으로 바꾸셨는데 만든지 꽤 되어서 미안하셨는지 컵에 떡볶이를 가득 담아주시는 게 아닌가. 이거 놔두면 식어서 맛도 없고 요즘은 안 그래도 먹을 기회 있으면 무조건 처먹고 보는 모드라 집에 걸어오면서 먹었다. 근데 맛있었다... 공짜라서 그런가 계란빵은 세 개 2천원이라 그렇게 샀는데 단백질도 많이 먹고 좋은 간식인 것 같지만 2천원은 비싸다! 이거 말고도 마트에서 과자나 빵 등등 항상 뭔가를 사 와서 먹는다.

간식만 먹나, 보충제도 먹는다. 단백질이 주인 것과(웨이 골드) 벌크업용 게이너(컴플레스 게이너) 두 개가 있는데(지난 학기 시작할 때 사 놓고 운동도 제대로 못하고 먹지도 못했다) 용도가 다르다. 하나는 순수 단백질만 있고 하나는 한 컵에 650kcal라는 무시무시한 게이너, 말그대로 살찌우기용 사료라고 보면 된다(포장을 보면 크기도 생김새도 우리 집 고양이들이 먹는 사료랑 비슷하다). 요즘 보충제들이 찬물에도 잘 녹는다는 걸 표방하고 나오는 게 보통이다. 사실 게이너는 최근에 따서 그 전까지는 그냥 웨이 골드만 먹었는데 이건 찬물에도 잘 녹는다. 그리고 한 컵이 얼마 크지 않아서(큰 숟가락으로 두 숟갈 정도) 그냥 머그컵에 넣고 찬물 부어서 먹으면 되는데 게이너는 한 컵을 머그컵에 넣으면 머그컵 4/5가 찬다. 이건 찬물에 다 녹여먹기가 좀 힘들다. 그래서 항상 3층까지 쪼르르 내려가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 조금씩 받아서 녹여 먹는데 한 번은 웨이 골드도 뜨거운 물에 녹여서 먹어볼까 싶어 그렇게 해 봤는데 혹시나 앞으로 '순수 단백질 보충제'를 드실 일이 있으신 분은 절대 뜨거운 물에 녹여 드시지 말길 바란다. 진짜 순수 단백질만 있어서 뜨거운 물이 들어가는 순간 굳는다. 달걀처럼. 달걀은 기름기 있어서 맛있기라도 하고 닭가슴살은 퍽퍽하지만 그래도 고기 씹는 맛이 있는데 이거 굳은 거 먹고 있으면 진짜 내가 무슨 기름 넣는 기계가 된 것 같은 비참함이 든다... 원래 초코렛맛이라서 그냥저냥 먹는데 굳은 건 아무런 맛도 안 난다! 드럼식 빨래 건조기를 옆에 두고 정수기에 몸을 의지하고 울뻔했다. 절대로 뜨거운 물 넣지 마시라.

발렌타인데이 때도 초코렛맛 보충제를 먹고 있었다. 종류별로...

체중
내 체중은 62.3~63.5을 왔다갔다 하는 상태가 1년 넘게 지속되고 있었다. 2009년 12월 죽음의 회식 레이스 때 64.2까지 올라간 적이 한 번 있었지만 예외적이었다. 그런데 한 달여 전인가, 61.8이 나온 걸 보고 기겁을 했다. 62가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대로 말라죽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 때부터 미친듯이 먹고 있다. 볼품없는 몸도 좀 불릴 겸. 다이어트 때문에 고민이신 분들이 보면 목을 조르고 싶어지시겠지만 세상엔 각자의 고민거리가 많은 법이다. 날 비난하지 말라. 여튼 존나 미칠듯이 처먹어서 오늘 확인을 해 보니 64.2까지 올라왔다. 후... 좋아, 근데 배의 기름 벨트도 좀 두꺼워진 것 같단 말이지 -_- ; 아직 벨트가 졸리진 않긴 하지만.


뭐 이래저래 굵은 글씨로 나눈 것 같지만 그냥 잡담이다. 보통 웨이트는 두 명이 서로 도와주고 그러면서 하는 게 효과가 좋은데 난 줄창 혼자만 해서 같이 하는 모습 보면 그게 참 부러울 수가 없다. 중량도 잘 안 오르고 매일 제자리걸음인 것 같은 것도 그런데 그래도 예전에 써 놓은 기록 보니까 당기는 운동은 확실히 좀 진전이 있는 것 같긴 하다. 프레스 종류는 이제 막 시작한 단계로 스쿼트랑 데드리프트도 좀 체중 이상 여유롭게 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 좋을텐데 벽에 부딪쳤고. 이래저래 아쉬운 게 많은데 주변이 이런 이야길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쉽고.

길게 써 놨는데 조언이나 까기 기타 등등 부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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