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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스 상자로 페달 보드 만들기
일기 | 09/01/16 02:47
공연 준비로 이런저런 페달들을 모으다 보니 그 수가 한 두개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항상 5~6개씩 가지고 다니다 보니 무게는 둘째치고 합주실에서 케이블을 연결하고 전원을 연결하는데만도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렸다. 더욱 큰 문제는 페달들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 보니 밟으면서 페달이 움직이기도 하고 그것 때문에 전원 연결 부분이 잠시 나가버리거나 해서 소리가 나지 않는 치명적인 문제가 종종 발생하기도 했다.

그래서 페달 보드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시드가 쓰는 건 단종이 되어버리고 사실 크고 무거운 페달 보드를 항상 들고 다니기도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가 필요한 건 설치와 해체가 비교적 손쉽고 위에서 말한 미끄러짐으로 인한 접촉 불량만 없으면 되겠다는 생각에 자작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가지고 있는 이펙터들이 전부 BOSS社의 제품들이다 보니 케이스를 만들어서 찍찍이로 붙였다 뗐다 하면 좋겠다 싶어서 처음엔 그런 쪽으로 구상을 했는데, 날이 갈 수록 시간도 모자라고 손도 엄청 많이 들어갈 것 같아서 이 방법은 안 될 것 같았다.

며칠 전에 컨버스를 한 켤레 샀는데 박스를 보니 이펙터 잘 들어가게 생겼길래 한 번 대 봤더니 맞춘 것처럼 딱 맞았다. 그래서 난 바로 컨버스 상자를 가지고 페달 보드를 만들기로 했다. 살펴 보니 페달이 딱 3개 정도 들어가는 크기다. 상자 뚜껑과 본체를 나눠서 두 개를 만들면 딱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는 결과물이다.

오른쪽의 big muff(카피)는 덤
그리고 SD-1과 DS-1의 위치가 바뀜

보다시피 두 개를 붙여 놓은 모습이다. 이펙터들 간격이 조금씩 떨어져 있는 이유는 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는 최소 간격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원이 연결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전원 연결선을 3개씩 나눠서 묶어버렸다. 이 부분은 조금 보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나눠서 쌓은 후에 가방에 넣을 수 있다.

전원 연결선을 끼우기 위한 구멍

저 구멍을 몇 개 뚫고 나서 안 사실이었지만 전원 연결선을 이펙터에 연결하는 곳의 높이가 이펙터마다 제각각이었다. GE-7과 SD-1은 제일 바닥에 붙어 있었는데 DS-1은 중간쯤에 있지 않나... 그래서 이펙터 위치가 바뀔 때를 대비해서 위아래로 조금 크게 뚫어놓았다. 중간 구멍이 큰 이유는 위치 선정을 잘못해서(...)

이 때까지만 해도 찍찍이같은 걸 사서 바닥과 본체를 고정하지 않으면 쓰지 못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전원 연결선을 끼우니 그게 이펙터를 적당히 고정시키는 역할을 해 줘서 의외로 쓸만했다. 아 방금 생각난 건데 찍찍이 붙이면 이펙터가 올라가서 저 구멍도 위로 좀 키워야겠구나...

만들고 보니 아뿔싸 좌우로 케이블 연결할 구멍을 안 만들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상자 사이야 작은 케이블로 연결이 가능하지만 큰 케이블은 그게 안 되니까 구멍을 뚫을 수밖에 없었다.

우왕ㅋ굳ㅋ

종이 상자라서 무게도 거의 나가지 않아서 좋지만... 일단 생각외로 부피가 좀 된다. 그리고 전용 가방같은 게 없으므로 꽤 크고 튼튼한 가방에 넣어다녀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난 오늘도 늦게 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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