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의 적은 여자'라거나 '프로그래머의 적은 프로그래머'같은 말들을 잘 살펴보면 비슷한 현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첫 번째로 이미 경험을 해 본 사람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경험을 바탕으로 아직 경험을 해보지 못하거나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을 효율적으로 괴롭히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이 문제에 대해 직접적은 경험은 불가하고 간접적인 경험조차 해보지 못하였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서 이미 시집살이를 겪을대로 겪은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못살게 구는 숱한 경험담이나 고생을 하며 높은 자리로 올라간 사람이 아래 사람들을 굴리는 이야기들에서 쉽게 이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집단 내의 구성원이 고의나 실수로 집단 내의 구성원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외부로부터 비난을 받게 하는 경우가 있다. 굳이 구체적인 예를 들지 않더라도 많은 집단에서 이런 경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적'에 대한 것이 아니라, 'A의 적은 A'라는 말로 문제를 뭉뚱그리는 것에 대한 것이다. 정말로 A의 적이 A라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쉬운 패턴으로 사물을 인식하고 많은 경우를 요약해서 기억하는 것이 편하고 본능적이지만, 이런 쉽고 간단한 말들이 편견을 강화시키고 현상의 너머를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필요한 것은 색안경으로 문제를 재단하는 아니라 가지고 있는 도구들을 조합해 문제를 해석해내고, 부족하다 싶으면 도구를 확장하고 사용법을 익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