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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코야 밥 좀 먹자
일기 |
06/03/1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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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코가 밥을 잘 안 먹는다. 처음 오고 2주 정도는 밥을 잘 안 먹다가 병원에 한 번 실려간 이후로 -_- ; 밥을 꽤 잘 먹다가 린이 없어진 후로 밥을 잘 안 먹는 것 같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린은 어려서 그랬는지 1.5일에 한 번씩 사료를 부어주곤 했다. 그것도 거의 바닥이 다 드러나서 부어준 거였는데 심하면 하루에 한 번씩 부어줄 때도 있었다. 그에 비해서 페코는 매번 사료를 부어줄 때마다 언제 내가 사료를 부어줬는지도 기억을 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그것도 사료가 오래 되어 냄새가 갓 부은 사료가 아닌 것 같아서 그걸 좀 처리를 하고(버리거나 섞거나 해서) 부어주는 것이다.
예전에 린 사료를 주문했을 때 간식을 사 봤는데, 페코가 저번에 캔사료를 허겁지겁 먹어 치우는 걸 보고 오늘 생각이 나서 간식을 좀 줘 봤다. 닭고기를 참치캔 형식으로 만들어 놓은 것인데 고기가 손톱보다 조금 작은 크기로 네모낳게 잘려져 있는 형태였다. 봉지를 뜯자마자 풍겨오는 냄새는 내가 먼저 먹고 싶을 정도였다(실제로 고양이 간식 좀 비싼 것은 사람이 먹어도 맛있을 정도라고 한다 - 난 먹어 본 적이 없지만).
근데 이 놈이 먹질 않았다. 정성껏 차린 밥상을 음식 투정하며 먹지 않는 자식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처음 찾아 온 배신감과 허탈함을 뒤로 하고 내가 간만에 집에 내려갈 때마다 어머니께서 해 주신 음식을 잘 먹지 않았던 것 같아 어머니께 죄송한 생각이 들었다. 참 거시기했다.
역시 사람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일까... 고양이와 함께 살다 보니 참 느끼는 게 많다. 말 못하는 동물이긴 하지만 페코랑은 대충 이야기도 되는 것 같고...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은 이 글을 여기까지 썼다가 갑자기 브라우저가 뒤로 가기가 되어서 다시 돌아와 보이 입력 폼이 리셋되어 있었다. 너무 허탈했다. 오늘 일도 잘 안 되고 운도 없어서 택시비를 썼는데다가 택시비 쓰려고 돈을 뽑았는데 국민은행은 수수료를 1200원이나 받아 쳐 먹고 택시를 타니 회사에서 폰을 안 가져온 걸 깨달아서 허탈해 하고 글도 날리고... 집에 와서는 어머니께 불효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울했고. 뭐 하나 잘 된 게 없는 하루 같다. 매번 이런 생각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이미 일어난 일인데다 이런 걸로 짜증내고 있어봤자 짜증만 더 날 뿐이지 좋은 건 하나도 없으므로 마음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이전에 일어났던 일이 어떠했던 간에 나는 앞을 살아가야 하니까. 결국 뭔가를 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일어났던 일이 너무 얽매이지 말고 앞을 바라 보며 나아갈 필요가... 근데 페코 밥 안 먹는다고 쓰려고 했던 글이 왜 이렇게 됐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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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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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niea 06/03/14 01:03 R X
페코가 밥을 안먹어서 글이 이렇게 된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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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 06/03/15 22:11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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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말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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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 06/03/14 08:33 R X
좋은 자세인걸, 지나간일에 집착해봐야 속만 상하지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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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 06/03/15 22:11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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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대인배가 되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쉬운 게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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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ing 06/03/16 03:58 R X
삼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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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 06/03/18 15:37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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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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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potato 06/03/18 01:22 R X
기약없는 우리의 미래같은 글.
방금전까지 페코 밥 안먹는다고 쓰려고 했던글이 이렇게 될줄 누가 알았으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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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 06/03/18 15:37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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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지질학 세미나 한 번 해야하지 않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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