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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밤
일기 |
09/11/14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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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조금 넘어서 집을 나섰다. 서울대입구에 도착할 때까지는 1시간 정도밖에 안 걸렸는데 나와서 버스를 기다리고 어쩌고 하다 보니 학관에 도착한 시간이 1시 30분... 게다가 서울대입구에서 무슨 버스를 타야 되는지 감이 안 잡혀서 두 사람한테나 물어봤다. 선뜻 물어볼 수 있게 된 걸 보니 예전보단 참 낯이 두꺼워졌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안 물어보고 나중에 손해보는 게 더 큰일이라는 걸 깨달은 건지.
학관에 도착하니 이미 음향 장비들은 전부 위치가 잡혀 있었다. 조정실의 사다리를 꺼내 조명 위치를 좀 조절하고 테이블 자리도 잡고 소독용 에탄올 묻힌 타올로 소독도 다 하고... 일일이 다 적자면 너무 재미없을 것 같으니 이쯤만 하고.
시작 시간이 되어 안내 책자를 받았는데 뒤쪽에 Gwabam And You! 라고 적혀 있었다. 너무 웃겨서 우리끼리 낄낄거렸는데 역시 후배들 센스 너무 좋은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좀 있었다면 조명에 셀로판지를 붙이는 작업이 너무 늦어서 무대 위에 세팅해 둔 기기들의 위치를 변경하고 정리해 놓은 케이블들을 어지럽힐 수밖에 없었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그랬던 거지만 좀 일찍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보던 업체가 아니었는데 앰프 크기도 좀 작고 키보드도 건반 수도 적고 터치도 너무 좀... 사실 이런 것보다는, 메인 스피커의 위치 때문에 무대 앞으로 나와서 논 사람들에게는 마이크로 나오는 소리와 키보드 소리가 잘 안 들렸다는 점이다. 몰랐는데 마지막 팀 공연할 때 앞에 나가니까 확실히 좀 심했다. 드럼이랑 기타 소리는 앞에서 쏘아대니 참 잘 들렸는데. 더더욱 안타까운 건 내 쪽 마이크가 꺼져 있었다는 것. 리허설할 때 분명히 마이크 쓰는 거 다 확인했고 소리도 냈는데 왜 본 공연 때는 믹서 단에서 꺼놨는지 알 수가 없다(마이크는 항상 스위치 on 상태임). 키보드 또한 키압력을 세게 쳐서 입력 신호가 커지면 스피커에서 퍽퍽하고 터지는 소리가 났는데 그게 너무 거슬렸다. 결국 그냥 작게 치겠다고 하고 쳤는데 그 신경거슬리는 소리가 아마 계속 났을 것이다. 노래가 적당히 신나다 보니 항상 꽝꽝 두드리는 게 버릇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Dead! 마지막 피날레 부분에서 또 스트랩핀이 뽑혀서 그 신나는 부분을 그냥 주저앉아서 친 게 너무 안타깝다. 그 부분은 공연 곡 중에서 가장 크게 점프하는 부분인데 연습 때도 항상 거기서 빠지더니 결국 공연 때도 빠져버렸다.
이렇게 푸념만 써 놓으면 굉장히 안 좋았던 것처럼 보이겠지만 전혀 아니다. 정말 신나고 재밌는 공연이었다. 시작 전에 어떤 팀도 스탠딩이 안 되길래 '다 아는 사람들 나오는 밴드에서도 앞에 나가서 안 노는데 우리는 어떨까'하고 걱정하던 참에 ㅎㅎㅇ의 "내 밑으로 다 나와!" 한마디에 전부 앞으로 나와서 정말 진심으로 기뻤다 ㅋㅋㅋ Mr. Feather 시작하는데 전혀 안 떨리고 '아 이 앞으로 얼마나 재밌을까'하는 생각만 들었다.
왼쪽부터 ㄱㅈ / (가려서 안 보이는 ㅂㅂㅂ) / ㄹㅈ / ㅎㅎㅇ / 나
진짜 재밌더라. 너무 뛰고 열심히 쳤더니 지난 번 공연처럼 오른손 검지가 계속 줄에 스쳐서 피가 맺히고 오늘 보니 결국 딱지가 생겼다. Dead! 까지 하고는 완전 땀에 쩔어서 호치키스 할 때 땀을 뻘뻘 흘리면서 키보드를 쳤는데 고개를 숙이고 쳐서 머리에서 흐른 땀이 눈으로 들어가 오만 인상을 다 썼다는 건 아무도 모르겠지 ㅋ
好きの確率 割り出す
計算式あれば いいのに
그리고 왠지 내 기타는 그냥 보면 별로 간지 안 나는 색인데 조명 제대로 받고 찍힌 사진을 보니 내가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검은 색 레스폴보다 훨씬 멋있게 보인다.
하아하아 사랑해요 와인레드
끝나고 뒷풀이로 '작은 캠퍼스'를 갔는데 어째 이 가게는 내가 입학할 때부터 있었는데 안 없어지고 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현재 위치가 아니라 더 서쪽 후미진 곳에 있었는데. 드럼 세트와 각종 앰프, 믹서가 있어서 참 특이했던 술집이었는데 역시나 사장님은 그대로였다. 사람들이 전부 기타를 들고 와서 자리에 늘어 놓으니 그냥 신기해서 그러셨는지 속셈이 있어서 그러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세팅을 해서 사상 최초로 뒷풀이 공연 -_- ; 이라는 것도 해 봤는데 이거 꽤 은근히 재밌었다. ㅎㅎㅇ도 신나서 막 돌아다니면서 노래 부르고 ㅋㅋ 근데 Fire Cracker 하면서 또 스트랩핀이 팅~ 결국 I Don't Love You 부르면서는 앉아서 했는데 공연 때와 다르게 코러스가 잘 들리니까 어째 이 쪽이 더 나은 것 같기도(...)
여기는 술집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음에도 신나게!
@1 학관 무대는 진짜 최고다. 이런 넓은 무대에 설 일이 흔할까?
@2 보러 와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3 여길 보실 것 같진 않지만 과밤 준비에 힘써 주신 관계자 분들께도 정말 감사합니다.
@4 사진제공 ㅎㅂㅇㅎ 감사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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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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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ern's nest
09/12/02 02:34 x
제목: 김라쥬가 공연후기를 쓴 김에 나도
2009년 11월 12일 과밤 공연의 후기나 써볼까요.왜냐하면 이력서를 쓰기 싫기 때문입니다왜냐하면 내일 오전 9시 수업이기 때문입니다왜냐하면 숙제가 두 개 나왔기 때문입니다왜냐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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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pi 09/11/14 04:45 R X
ㅂㅂㅂ는 뭐지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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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 09/11/18 16:17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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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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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kh 09/11/14 08:10 R X
헐 옷이랑 귀걸이 세트효과로 게이처럼 보인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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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엔 에나멜 구두도 신어봐 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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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 09/11/18 16:17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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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나멜 구두와 함께 그것을 소화할 의상을 님이 사 주면 고려해 보겠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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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나 에나멜 구두 있는데 그렇게 말하시면 안 됨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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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 09/11/18 17:30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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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건 게이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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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khazel 09/11/14 09:06 R X
지에이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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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 09/11/18 16:17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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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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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iz 09/11/14 11:53 R X
고생 조낸 많았음..
근데 작캠 라이브(?) 재밌더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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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 09/11/18 16:19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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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거기 사장님이랑 안면이 있어서 순수하게 즐겁지만은 않더군요 하하(...)
뭐 재밌으셨다니 다행 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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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onion 09/11/14 16:10 R X
큰 무대 재미있었겠구나~!!
2010 월드컵 때에 광화문 공연을 목표로 해봐라 ㅋㅋ
매 월드컵마다 기회가 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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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 09/11/18 16:20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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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이라니! 너 설마 그런데서도 공연한 적이 있냐? 왠지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_-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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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월드컵때 광화문, 군자, 김포공항 등에서 해 봤었어~
기분은 '존나좋군?' 이었음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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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 09/11/20 15:25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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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때 들은 게 이거였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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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츠 09/11/14 22:24 R X
으흣. 보는 내내 부럽더군.
뒷풀이도 갈 수 있었음 좋았는데
약속이 있는게 아쉽더구먼.
트래식상에 이어서 계속 하는 네가 참 부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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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 09/11/18 16:21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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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밤이 늦게 끝난데다가 뒷풀이 가면 짤없이 자정이 넘을 예정이었기에 쉽사리 갈 수가 없긴 했죠 ㅎㅎ 결국 전 휴가 쓰고 다음 날 또 쉬었지만(...)
트래식상과는 과밤에 나갔다는 공통점밖에 없긴 하지만 아마 뭐든 간에 밴드는 계속하지 않을까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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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sist.'s nazono blog
no shovels, no ga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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