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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 - Hyper Music
음악 | 09/11/26 01:03


2002/10/14
15:25 음악을 이런 식으로 만드는 놈들을 처음 봤다. Muse. 'Hyper Music' 들어보면 베이스가 멜로디를 연주하고 기타가 단순한 코드 진행으로 화음을 맞춰주고 있다. 보통은 그 반대인지 않은가. 따라서 자연히 베이스 소리가 무지 크다. 이 노래에서는 기타 소리보다 더 크다. 기타 소리는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잘 안 들릴 정도다. 뭔가 존나 웃긴다. 스타일은 너바나나 스매싱펌킨즈같은 그런지풍인데 거기에 영국적 감성이 씌워져 있다. 굉장하군...

이 노래가 뮤즈 노래 중에 가장 폭발적인 노래가 아닐까? 위에서 써 놨듯이 진짜 멋진 베이스 라인을 가지고 있는 노래다. 흔히들 뮤즈 베이스 하면 Hysteria를 떠올리지만, 난 이 노래가 먼저 생각난다. Muscle Museum의 위풍당당한 베이스도 좋고 Cave, Uno 또한 뮤즈 베이스의 진수라고 생각한다. Darkshines도 마찬가지고.


위 박스 안의 내용은 2002년 수능이 끝난 고2 겨울 때부터 나의 수능날까지 거의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쓴 일기 중의 한 부분이다(수능 끝나고도 간헐적으로 쓰긴 했다). 고3 여름 지나면서는 조금 완화된 것 같긴 한데 지금 읽어 보면 전체적으로 중2병에 쩔어 있으며 아는 체를 하고 싶었고 - 난 저 때 너바나는 네버마인드밖에 안 들었고 스매싱 펌킨즈는 몇 곡 듣지도 못했다. 보나마다 어디서 주워들은 소릴 일기장에 적었겠지 - 이 시기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그러하듯 감정의 기복이 심하며 목표를 알 수 없어 불안하고 항상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이 때의 나는 스트레스로 소화 불량인 적이 몇 번 있었고 과도하게 신경을 쓰면 곧바로 감기에 걸리는 연례 행사를 치르고 있었다. 그리고 몇 번이나 '심하게 코피가 났는데 피가 위장으로 다 넘어가 트림을 하니 피비린내가 났다'라는 내용이 등장한다. 지금 돌이켜 보면 치우친 감정에 짧은 식견으로 섣부른 판단을 했던 적도 많은 듯하다.

뭐 지금이라고 다를까.

작년 이맘 때 훈련소에서 4주를 보내면서도 내가 제일 처음에 했던 것은 받은 수첩에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기억과 생각 느낌, 그리고 심지어 잊어버리고 싶은 것들까지 모두 빠뜨리지 않고 낱낱이 기록하는 일이었다. 여기에도 적었던 것 같은데 난 그 때 받은 수첩을 다 썼다.

주소록까지 쓴 모습

guide line은 무시하고 최대한 지면을 아끼기 위해 쓸 수 있는 가장 작은 글씨로 썼다. 하지만 결국 수첩이 모자라서 병영 일기에까지 써야했고(처음부터 병영 일기에 쓰지 않은 이유는 휴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훈련장에서 쉴 때도 나는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흙먼지가 묻은 페이지도 좀 있다) 생전 처음 모나미 볼펜을 다 써봤다. 아마 앞으로는 없지 않을까 싶다.

쓰고 나니 내가 뮤즈 음악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건지 일기 썼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다. 최근에 뮤즈를 다시 듣고 있고 이 노래 때문에 옛날에 7년 전에 이 노래를 소재로 일기를 썼던 게 생각났고 이렇게 오늘도 일기인지 뭔지 아리송한 걸 적고 있다. 대체 왜 쓰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렇게 나중에 돌아보면 재밌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별 생각없이 고정관념처럼 박혀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가 되기도 하고 그렇다. 아마 별 일 없는 한 앞으로도 쭉 쓰겠지. 누군가 "취미가 뭐예요?"라고 물으면 "일기 쓰는 거요."라고 답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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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iz 09/11/26 08:57 R X
와 ㅇ.ㅇ 빽빽하기도 하고 글씨도 잘쓰는군!
bassist. 09/12/02 01:26 X
글씨가 또박또박하긴 한데 잘 쓰는지는... 잘 살펴 보면 좀 대중없기도 하고 어떤데는 둥그런데 어떤데는 휘갈겼고 이상해요
R.kei 09/11/26 09:08 R X
취미가 뭐예요?
bassist. 09/12/02 01:26 X
방문자 리플에 악플다는 거요
rakhazel 09/11/26 10:14 R X
ㄲㄲ 훈련소에서 저런거 쓰고 있으면 주위에서 뭐라하지 않아요? 저도 가끔 뭐 쓸때 '또 뭐 쓰고있냐' 그러던데
bassist. 09/12/02 01:28 X
한 두 번 물어보더니 뭐 나중엔 그러려니 하더라 보여줄 것도 아니고 ㅋㅋㅋㅋ
AKI 09/11/26 10:28 R X
>_< 여성스럽다☆
파시가 여자였으면 바로 고백하고 사귀자고 하는건데 'ㅅ'!

.
.
.

ㅜㅜ;
bassist. 09/12/02 01:29 X
그런 생각마시고 이제 현실에 충실하셔야
이 세상엔 저보다 좋은 처자가 참 많습니다
nowing 09/11/26 19:52 R X
훈병때 난 저런거 쓰고 있으면 존내 감시하던뎅
가끔 관물대 뒤져서 존내 훔쳐봄ㅅㅂ

bassist. 09/12/02 01:29 X
난 주로 분대장들의 시선이 미치지 않을 때 썼지
훈련 나가서라든지 불침번 설 때 등...
Dep 09/11/27 00:08 R X
나도 언젠가 뮤즈 들으면서 베이스와 기타 역할에 대해서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벨라미씨가 가끔씩은 노래 부르면서 기타 치기 힘들어서 그랬나 하고 넘어갔음;;
(사실 찾아보면 베이스랑 기타가 역할이 바뀌었다고 할 만한 곡들이 꽤 있어서...)
bassist. 09/12/02 01:30 X
Unnatural Selection 같은 노래에서 멜로디 연주하면서도 노래 다 부르는 거 보면 힘들어서 그런 건 아닌 듯...
아무튼 대단
Ntopia 09/11/27 12:58 R X
저도 뭔가 사건이나 생각등을 기록하는 걸 좋아해서 중학생때부터 블로그를 썼어요..
가끔 옛날 글 보는데 손발이 오그라둘면서도 짜릿한게 참 묘하게 재밌네요 ㅋㅋㅋㅋㅋ
bassist. 09/12/02 01:30 X
녀석 비슷한 취미가 있군 ㅋㅋ
손발이 오그라드는 건 나도 마찬가지다(...)
nada 09/12/01 01:23 R X
으 역시 좋당
bassist. 09/12/02 01:31 X
베이스 연습 열심히 하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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