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마음도 현명한 생각을 하는 동안에는 사악해질 수 없는 법입니다.
(크레온)
그대가 나의 눈먼 것까지 조롱하시니 말씀드립니다만 그대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테이레시아스)
나쁜 사람을 무턱대고 좋은 사람들로 여기거나 좋은 사람들을 나쁜 사람들로 여기는 것은 옳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크레온)
인간은 우연의 지배를 받으며 아무 것도 분명하게 내다볼 수 없거늘 그러한 인간이 두려워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그저 되는대로 그날그날을 살아가는 것이 상책입니다.
(이오카스테)
그리고 나의 친족들인 달들은 나를 때로는 미천하도록 때로는 위대하도록 정해놓았소. 그러한 자로 내가 태어났을진대 나는 앞으로 결코 다른 사람으로는 드러나지 않을 것이니 나의 가문을 밝혀내기를 꺼릴 까닭이 없지 않은가!
(오이디푸스)
아아 그대들 죽어야 할 인간의 종족들이여, 내 헤아리건대 그대들의 삶은 한낱 그림자에 지나지 않도다. 그 어느 누가 행복으로부터 행복의 허울과 허울 뒤의 몰락보다도 더 많은 것을 얻고 있는가? 그러내 내 그대의 그대의, 오오 불행한 오이디푸스여, 그대의 운명을 본보기로 삼아 죽어야 할 인간들 중에 어느 누구도 행복하다고 기리지 않으리라.
...
오오 조국 테바이의 시민들이여, 보라, 이분이 오이디푸스다. 그는 유명한 수수께끼를 풀고 권세가 당당했으니 그의 행운을 어느 시민이 선망의 눈으로 보지 않았던가! 보라, 그러한 그가 얼마나 무서운 고뇌의 풍파에 휩쓸렸는지를! 그러니 우리의 눈이 그 마지막 날을 보고자 기다리고 있는 동안에는 죽어야 할 인간일랑 어느 누구도 행복하다고 기리지 말라, 삶의 종말을 지나 고통에서 해방될 때까지는.
오이디푸스왕, 안티고네 (아가멤논, 코에포로이)
소포클레스/아이스퀼로스, 천병희 옮김, 문예출판사 198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