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데카르트는 사유를 존재의 근거로 들었지만, 나는 내 생의 증거를 몸을 움직이는 행위로서 느껴지는 감각 전반에 두며 살고 있다. 내가 늦게나마 헬스에 재미를 붙인 것도 그러한 맥락인데 무거운 걸 밀거나 당기며 온몸을 쥐어짜는 그 감각을 느낄 때마다 '아, 그래 난 지금 살아 있는 거지'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잠잠해지다 다시 후렴이 터지는 곡을 연주할 때는 꼭 점프를 한다. 쾅하고 터지는 그 부분에 착지를 하기 위해 온 정신을 집중하여 뛰어오른다. 착지를 통해 발끝부터 전해지는 바닥의 반동, 그 순간 손끝에서 튕겨진 현의 진동이 앰프를 통해 튀어나올 때의 굉음 그 두가지 울림이 '동시에' 몸을 관통할 때의 느낌은 정말 끝내준다.
베이스 앰프 캐비넷에 등을 기대고 있자니 엄청난 진동이 등으로 전해졌다. 오늘 오후 6시까지 먹은 건 고작 삼각김밥 두 개가 전부였지만 낮은 주파수로 몸통이 울려대니 소화되다 만 것들이 올라올 지경이었다. 허나 몸을 앞으로 밀어주는 느낌이 나쁘지 않아 계속 기대고 있었다. '내가 예전에 살았던 방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어, 이제 안녕인 거야'
훌쩍
이거 죽여주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