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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 10/12/12 00:27
농구를 하고 있었다. 큰 코트였고 관중은 없었다. 공격 차례가 돌아와 상대편 코트로 달려간 다음 뒤돌아 보니 모든 선수들이 하얗고 둥그런 헬멧을 쓰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 했지만 그런 꼴로 모두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고 있으니 달리 누군가에게 의문을 제기할 수가 없었다. 선수들의 움직임보다도 새하얀 헬멧이 코트를 왔다갔다 하는 모습에 더 눈이 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빨간 유니폼과 나무색 코트바닥에 하얗고 둥근 물체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건 너무 눈에 튀었으니까. 그런데 농구공은 온데간데 없고 이제 그 둥근 헬멧으로 경기를 하기 시작했다. 질감은 딱딱한 채였지만 이상하게 바닥에서 잘 튀었다. 얼굴에 맞으면 기절할 것 같은 존재감 또한 그대로였다. 갑자기 실내 코트가 운동장으로 변했다. 흙바닥이었다. 이유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상대편 선수가 나에게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나는 능청을 떨며 응수를 했다. 다시 실내 코트로 바뀌었다. 이번엔 헬멧이 럭비공으로 바뀌었다. 드리블은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들 패스만 하면서 경기를 진행했나, 슛을 해도 역시 링에 맞고 어디로 튈지 알 수가 없는 상태다. 리바운드를 위한 스크린 아웃 따윈 아무도 하지 않기 시작했다. 경기는 점점 이상한 꼴로 치닫고 있었다.

일어나니 오후 4시다. 12시간 이상을 내리 자버린 것이었다. 어쩐지 밖이 이상하게 어둡더라니 내가 일찍 일어난 게 아니었구나. 내가 어지간히 피곤했구나. 3일 연속 시험을 보고 마지막 날엔 밤을 새다시피 하고 한 시간밖에 못 잤구나. 그래 어제도 수업 25분 전에 일어나서 5분만에 나와 학교에 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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