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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2월 11일 _해당되는 글 2건
06/12/11   드디어 만렙 (14)
06/12/11   이사 (10)

드디어 만렙
일기 | 06/12/11 22:35
쪼렙 전사가(지금도 쪼렙이지만) 와우를 시작하고 드디어 만렙을 찍었다. 뽀대나는 스샷같은 건 없으니 그냥 넘어가고, '인생은 60부터, 와우도 60부터'라는 말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운 좋게 버스를 타고 인던 쓰는 것을 구경하거나, 리딩하는 사람한테 묻어가서 적당히 퀘스트를 완료하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전사인 내가 파티를 모아야 하고, 사람들을 끌어서 길 안내를 해야 하며 파티원들에게 지시를 내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처음 갔던 4대인던(요즘은 4소인던이라고 부름 - 다른 곳에 4대인던이 되어서) 중의 한 곳은 스칼로맨스(줄여서 스칼)였다. 와우의 인던은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스칼은 그 중에서도 실내이고 실내 중에서도 상당히 좁은 축에 속했다. 나는 카메라가 상당히 멀리서 보는 뷰를 선호하기 때문에 스칼처럼 좁은 실내에 들어가면 방향을 제대로 가늠할 수가 없고 정신이 없어진다. 지금은 카메라를 가까이 해서 조금 적응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스칼은 나에게 힘든 장소이다(언데드도 싫다 !). 같은 파티에 있던 도적이 레게(레이드 게이: 레이드로 장비 빵빵한 캐릭터를 말함)였는데 그 사람이 풀링(몹의 무리를 끌어 와서 안전한 곳에서 싸우도록 하는 것)하고 리딩(길 안내, 지시)하고 다 했다. 결국 나는 풀링된 몹들에게 닥돌(닥치고 돌격)해서 사기의 외침(전사가 외치는 것으로 일정 반경 내의 몹들의 전투력을 줄이고 몹들이 나를 보도록 한다)을 쓰는 것밖에는 안 했다 [...]

인던 하나 돌고 나니 진짜 체력이 바닥이 났다. 예전에 ET 빡시게 할 때 맵사이클 하나 돌고 난 그런 느낌이었는데, 슬슬 이곳저곳 다니다 보니 좀 익숙해진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여전히 어그로가 튀어서 몹이 내가 아닌 데미지 딜러를 보거나 행동 불가 상태가 되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한다.

보통 인스턴트 던전은 5명이 한 파티가 되어 입장한다(5명이 최대 인원). 그런데 인던 규모가 커지고 공략하기가 힘든 곳들은 10명부터 시작해서 20명, 40명까지도 입장을 하게 된다. 물론 한 파티가 그렇게 되는 건 아니고 '공격대'가 되어서 그 안에 여러 파티가 들어가게 되는 것이지만.

그 중 하나인 '줄구룹'이라는 20인 인던에 어제 갔다. 만렙 된지 4일만에 쪼렙 파템 전사가 줄구룹이라니 좀 웃기긴 하지만, 묻어가는 3파(세 번째 파티의 전사: 1파 전사가 보통 메인 탱커이고 2파 전사가 부탱커를 맡는다) 전사가 되어 이동 속도 60% 증가인 100골마를 타고 쫄레쫄레 따라갔다(다른 사람들은 전부 100% 증가인 천골마를 타고 있었다). 멘탱은 보통 제일 곤란한 몹의 시선을 끌어서 피해가 다른 공격대원들에게 가지 않도록 하며, 두 번째 보스 같은 것이 있을 경우 부탱이 그 몹을 잡고 있으며 3파 탱(나)은 가끔 뎀딜러 쪽으로 튀어가는 몹을 도발해서 잡고 있으면 된다(묻어간다는 소리다).

다른 인던들과 마찬가지로 중간 중간 보스들이 하나씩 자리를 잡고 있으며, 마지막 보스는 아제로스 대륙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을 무시무시한 계획을 가진 '학카르'이다. 그 중간 보스 중에 '대사제 데칼'이라는 녀석이 있는데 이 놈은 왼쪽에 광신도 자스, 오른쪽에 광신도 로르칸을 데리고 있다. 이것은 3파 전사가 묻어갈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날 묻어가게 내버려 둬 !). 이 세 몹들은 열심히 뎀딜러들이 체력을 소진시키면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기 때문에 3명의 전사들은 각각 흩어져서 이 놈들의 치유 마법 반경밖으로 몹들을 끌고 가야 한다. 더욱 난감한 것은, 어느 이 중 하나가 죽고 30초가 지나면 서로가 서로를 부활시킨다는 것이다(...) 고로 자스 20%, 데칼 15%, 로르칸 10% 정도의 체력을 맞춘 다음에 한 곳으로 끌어들여서 광역마법으로 동시에(한 놈이 쓰러진 후 30초를 넘기지 않도록) 잡아야 한다.

난 어제 묻어갔다. 이 복잡한 사실을 내가 알고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 그리하여 로르칸을 도발해서 어그로를 쌓고 있는데 우리파 사람들은 파티 챗창으로, 심지어 다른 파 사람들이 나에게 귓속말을 해서 "전사님 뒤로 !" "끝까지 뒤로 가셔야 돼요 !"라고 급하게 외치기 시작했다. 속으로 '저 색기 쪼렙이네' 라고 생각하면서(...) 결국 로르칸 힐이 한 번 들어갔다. 하지만 레게들이 많았던 탓에 그리 어렵지 않게 이 세 놈들을 잡을 수 있었다. 여기까지 삽질 한 번.

전멸은 안 했지만,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최종 보스인 학카르 앞에 당당히 섰다(별로 간지는 안 나더라). 학카르는 최종 보스답게 플레이어들을 악랄한 방법으로 괴롭힌다. 첫 번째는 정신 지배인데, 메인 탱커를 제외한 가장 가까이 있는 플레이어를 정신 지배해서 공격대원들을 공격하도록 시킨다. 학카르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무기를 뺀 맨손 캐릭터가 학카르 근처에 서 있도록 했지만, 요즘은 마법사가 정신 지배를 당하고 있는 캐릭터를 양이나 거북이 등으로 만들어버려서 행동 불능 상태로 만들곤 한다(...)

두 번째는 바로 생명력 흡수이다. 공격대원들을 30~40초 가까이 행동 불능 상태로 만들면서 초당 100 정도의 생명력을 흡수한다. 그것도 개인당 ! 세 번째는 바로 피의 저주인데 학카르 근처에 있다 보면 초당 300의 데미지가 들어오게 되며 이것은 바로 옆 공격대원에게 전파된다. 생명력 흡수까지 하는데다가 피의 저주라는 무시무시한 전염성 디버프를 뿌려대는 학카르를 대체 무슨 수로 잡는단 말인가 ?

와우는 다양한 인던 디자인으로 인해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공략법을 찾게 하고 게임을 그만둘 수 없는 재미를 제공하는데, 이 학카르는 무식하게 때려 잡기로는 잡을 수 없는 몹이다. 그렇다면 ? 학카르는 제단 위에서 비행하고 있는데, 제단 밑에서 '학카르의 자손'이라는 몹이 1분 간격으로 생긴다. 이 학카르의 자손을 잡게 되면 약한 데미지를 주는 독에 걸리게 되는데... 바로 이 상태에서 학카르의 생명력 흡수를 맞게 되면 학카르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는 클래스의 캐릭터(주로 사냥꾼)가 학카르의 자손을 제 때 풀링해 와서 제단까지 끌고 온 다음에 나머지 사람들이 자손을 잡고 독을 맞은 후에 독이 해제되기 전에 학카르의 생명력 흡수를 당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풀러가 타이밍 잘 맞춰서 자손을 끌고 올 수 있어야 한다.

나는 3파 전사라서 올라오는 자손을 탱킹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학카르의 피가 60% 정도 남은 타이밍에 그만 2파 전사, 부탱이 누워버렸다. 드워프의 강건한 수염(...)이 인상적이던 그가 그만 누웠으니 쪼렙 파템 3파 전사인 내가 학카르에게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학카르의 정신 지배 때문에 탱커가 두 명 붙어야 하는 상황에서 자손은 다른 피 많은 사람에게 맡기고(...) 학카르를 향해 도끼와 방패를 들고 돌진할 수밖에 없었다(날 묻어가게 해 줘 !). 그런데 그 와중에 그만 멘탱이 정신지배를 당하고 말았다. 학카르의 아이콘 밑에는 내 얼굴이 떠 있었다(이건 나를 보고 있다는 뜻이다). 쪼렙 파템 3파 전사의 줄구룹 데뷔는 학카르 피 40%부터 탱킹해서 중간에 정신 지배 두 번 당하고 무사히 학카르를 잡은 것으로 끝났다.

간만에 참 길게 쓰는데, 사실 이것은 줄구룹이라는 인던 하나의 중간 보스 하나, 메인 보스 하나를 기술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수많은 인던들과 그들을 공략하는 법들이 아직 무궁무진하다. 물론 다른 사람들과 함께 !

같이 하실 분 스톰레이지로 오세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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