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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4일
_해당되는 글 1건
13/01/24
장염
(4)
장염
일기 |
13/01/24 11:23
병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은 건 아니지만, 장염같은 증상에 하루 정도 고생을 했다. 일요일 밤부터 몸이 노곤노곤하더니 자다 깨서 설사를 하고 다시 자면서도 몸이 너무 좋지 않아 끙끙 앓다가 이상한 악몽같은 걸 꿨다.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를 가려는데 정말 죽겠는거다. 버스에 타서 휴대폰을 쳐다 볼 기력도 없어 꼼짝도 않고 앉아 있다 내려서 겨우 몸을 끌어다 회사에 도착했는데 죽을 맛이었다. 구토감에 설사에 몸살 기운에... 내내 물 먹은 키친타올처럼 쭈그러져 있다가 오후에 정로환을 먹고 또 잤다.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엄청난 트림이 났고 잠이 깸과 동시에 뱃 속도 조금 편안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몸살 기운은 여전했는데 아픈 몸을 이끌고 본죽으로 가서 억지로 꾸역꾸역 죽을 먹었다. 지금까지 살아 오며 아프고 입맛이 없어도 먹어야 빨리 낫는다는 사실을 몸으로 옛날에 경험해 둔 건 잘한 것 같다. 또 억지로 집까지 기어들어와서 보일러를 켜고 방을 쓸고 전기 장판을 깔고 몸을 지지고 있다가 불도 끄지 않은 채로 잠이 들어버렸다. 새벽에 일어나서 이를 닦고 다시 잠이 들었다. 도합 12시간은 잤다. 그래도 더 자고 싶었다. 생각해 보면 한 동안 잠을 푹 자 본 기억이 별로 없었다. 다음 날도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닌지라 점심엔 편의점에서 죽을 사다가 먹고 저녁 때쯤 식사를 하러 지하 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 온모밀국수였는데 반찬(?)으로 캘리포니아롤이 있었다. 그걸 젓가락으로 집어서 집에 가져다 넣었는데 거의 이틀만에 먹는 조미료와 기름맛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원효대사가 갈증에 해골물을 마셨을 때의 환희가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아프고 나니 역시 건강하게 잘 살아아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아프면 잘 쉬고 시간 지나면 낫는다'가 보장이 되었는데 이젠 몸이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프면 그만큼 더 낡는다. 회복은 예전같지 않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선 건강이 최우선이다. 몸뚱아리를 벗어날 수 없는 삶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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